취업 현실에 문과 외면… ‘문학소녀’도 이과로 간다
대기업 대부분 이과계열 학생 선호…어렵게 대학 들어온 문과생들 한숨
일부 고교선 문과 줄이고 이과 늘려…대학도 인문계열학과 통폐합 추진
결국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공급 치중…기초학문 균형발전 교육계 숙제로
최근 일부 고등학교에서 문과계열의 학급 수를 줄이고 이과계열 학급수가 늘어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수학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던 여학생들도 대학 입시에서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대기업에서 이과계열 학생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진로를 고려해 문과보다 이과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미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옛말이 되고 있다.
신학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올해 “고등학교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대학 진학이 어렵고, 취업률도 낮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문과계열 수능 응시생은 33만7134명, 문과계열 대학정원은 15만4227명으로 응시생 대비 경쟁률이 2.19대1이었던 반면, 이과계열 수능응시생은 23만5946명, 대학정원은 15만480명으로 응시생 대비 경쟁률은 1.57대1이었다. 문과계열의 대학 입학 경쟁률이 이과보다 높은 것.
하지만 어렵게 대학에 들어온 문과생들은 취업을 할 때 또 다시 고초를 겪어야 한다. 교육부의 ‘전국 4년제 대학정원 및 취업률’ 자료를 보면 문과계열의 취업률은 인문계열 47.8%, 사회계열 53.7%, 교육계열 47.5%로 이과계열인 공학계열 67.4%, 자연계열 52.5%, 의약계열 71.1%보다 최대 20%p 가까이 차이가 났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대학에서는 인문계열 학과를 통폐합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함으로써 인문계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목원대학교는 최근 국어국문학과를 폐지하기로 결정해 학내 반발을 산 바 있으며 한남대도 문과대학의 8개 학과 및 학부를 4개로 통합하고 정원을 30명 감축하는 방식으로 10개 대학을 7개로 줄이기로 확정했다. 청주대 역시 사회학과의 폐지를 결정했다.
대학들이 이처럼 문과계열 학과들을 통폐합하는 이유는 저조한 취업률이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주요 4대 그룹 대기업 합격자 중 이공계 출신은 7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대개 국내 대기업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데다, 상사 영업마저도 인문계보다는 전공적 깊이가 있는 이공계를 선호하게 된다”며 “기업들이 어려워지다보니 수익을 내야 할 전문인력을 줄이기보다는 경영쪽 인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준섭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대학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충원하는데만 집중하다보니 장기적으로 국가를 이끄는 인재를 키워내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학문이 현실과 동떨어지기보다는 조화롭게 이뤄져야 하는데, 장기적으로 기초학문 분야에 투자하는 등의 대안이 우리 풍토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